에어로빅 강의를 막 마친 그에게선 근육질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에어로빅 강사에서 보디빌더로 변신한 지 2년 만에 국내 여자 보디빌더의 간판으로 자리잡은 유미희(35·광명사회체육센터)씨.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 에어로빅 강사와 보디빌더로 1인4역을 해내고 있는 그에게서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들어봤다. |
● 살빼려 시작해 국가대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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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딩에 빠져든 계기가 재미있다. 큰 애를 가지면서 처녀때의 '한 몸매'가 80㎏으로 불었다. 스물둘 나이에 에어로빅학원을 차릴 정도로 과감했던 그에게 남편 유승호(41)씨가 웨이트트레이닝을 권했다.'당연히 하는 건가 보다.'하고 따라한 운동량이 나중에 보니 남자들도 혀를 끌끌 찰 만큼 가혹한 수준이었다. 선수 입문한 지 한달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밑바탕이 됐다.
유산소운동과 병행하면서 무려 30㎏을 뺐다. " 근육을 붙여야 살이 빠진다. " 는 게 그의 지론. 멘토(정신적 스승)이자 후원자인 남편과는 미스터·미즈코리아 커플전에서 나란히 짝을 이뤄 연기하면서 1위를 차지, " 참 부러운 부부 " 란 소리도 들었다.
가혹할 만큼 고통스러운 과정이겠지만 그는 재미있었다고 했다. " 몸이 달라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몸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 " 고 단언한다. 시합 날짜가 잡히면 석달 정도 감량에 들어간다. 지방을 빼는 데 집중하다 마지막 며칠은 근육의 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수분을 없애려 노력한다. 이틀 전부터는 아예 입에 물을 대지 않는다. 보디빌더들은 대중탕 출입도 삼간다. 충격에 완충작용을 하는 지방이 없기 때문에 옆사람과 부딪히기만 해도 멍이 든다. 더위와 추위에 유난히 쩔쩔 매는 것도 같은 이치. 단백질 섭취를 위해 닭가슴살을 주로 먹는데 수분을 없애기 위해 구운 뒤 말려 먹는다. 감자나 고구마도 이런 식으로 먹는다. 비시즌에도 식사는 아홉 차례에 걸쳐 나눠 먹는다.
● 시합 3개월 전부터 감량
사람들은 보디빌더의 연기를 보고 징그럽다고만 반응하고 끝나지만 그는 " 경기 당일 하루를 위해 준비한 몸을 드러내 보이는 것일 뿐 " 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하루를 위해 시즌과 비시즌 완전히 달라지는 운동, 식습관 등을 알게 되면 그가 기울인 노력에 탄사를 보내게 된다. " 징그럽다. " 에서 " 멋있다. " 를 거쳐 " 아름답다. " 로 반응이 달라진다. 처음 무대 밑에 모신 어머니는 " 자랑스럽지만 안쓰럽다. " 며 눈물을 훔쳤다.
● 살빼는 방법이지만 체계적 공부 필요
하지만 " 안 해본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희열이 무대에서 찾아온다. " 고 했다. 근육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에 시간이 짧아 안타까울 정도라는 것. 몸짱 열풍으로 보디빌딩에 관심을 갖는 여성이 부쩍 늘었다. " 살 빼는 좋은 방법인 것은 맞다. 그러나 결코 쉽게 생각하지 말라. " 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치밀하고도 혹독한 자기와의 싸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요체는 무얼까. " 건강과 탄력, 균형이 삼위일체된 몸이 아닐까요. " 라고 되물었다. 배울 게 없다고 판단해 대학을 그만 둘 정도로 과단성 있는 그는 요즘 대학들에 많이 설립되는 보디빌딩학과 입학 권유도 뿌리쳤다. 아직 남녀를 통틀어 국내에 한 명도 없는 " 세계프로 자격증을 따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 이었다.
출처:[서울신문]